나는 걸어간다.

by 흙사람
허삼관 매혈기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을 쓰던 심경석이라는 분이 계셨다.
어렸을 때 그분 소설을 참 좋아했다.
순수하면서도 애틋한 것이 좋았다.
대머리산, 우리들의 영웅 뱀소년, 그리고 친구여 안녕
친구여 안녕은 생애 처음으로 책장을 다 덮었을 때 눈물을 글썽거렸다.
무뚝뚝한 내가 책 읽고 눈물을 머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 운다고 했는데 이런걸로 울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갈대같이 흔들거려서 마음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고등학교 때에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듯 하다가 갑자기 포르투가가 죽어서 제제가 슬퍼하니
나는 정말 그 때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고 군에도 갔다오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동시에 여러 책도 읽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얼마 없었는데 그나마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은
문체가 살점을 뜯어먹듯 생생하여 참 매력있다 느꼈지만 눈물은 글썽거리지 않았다.
제대후 중국문학에 대해 좀 알아보겠노라해서 허삼관 매혈기를 사 읽었는데
며칠전에 다 읽고 나서 슬며시 울컥했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취향이 별반 바뀌지가 않은 것 같다.
자우림의 노래 중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 지어보여도...'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노래가 있다.
이것과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아온 일상에서
행운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혹은 행복처럼 어렴풋이 찾아오는
슬픔에 대해 느끼는 나의 감정은 심히 감동적이고 극적이었다.
그런 인생에 대한 나의 감정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가 보다.
아름답다.
by 흙사람 | 2007/01/09 17:53 | confusion | 트랙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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